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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7/21 긴 긴 다리 위에 저녁 해 걸릴 때면 (3)

이제서야 수 년 동안 계획하고 써 왔던 논문을 끝냈다. 350여쪽 분량의 두터운 책이 쓰여진 것이다. 시간이 급해 마지막 마무리가 좀 성에 안 차지만, 단행본으로 나올 때 보완 할 것을 감안한 것이니 문제될 것이 없다. 지겹고, 힘겹고, 두렵고, . . . 뭐 그런 막대한 경험들을 맛 본 시간이었다. 들뢰즈(Gilles Deleuze)의 이론과 예술론을 결합하여 구성한 연구서 혹은 주석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중간에 프레드릭 제이미슨(Fredric Jameson)을 번역 하느라고 거의 1년여간을 중단했었다. 완전히 중단한 것은 아니었고 잠재적 휴지상태 정도였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게 실수였던 것 같다(좋은 점도 있었지만). 중단했던 프로젝트를 다시 재개하는 것은 엎질러진 물을 다시 담는 일 만큼이나 힘든 일이었다.

수 개월 동안 <문예노트>를 돌보지 못해 거미줄이 끼어 있는 것 같았다. 가뜩이나 이전의 호스팅 회사가 불성실하고 문제가 많아, 다른 회사로 옮기려고 마음먹고 있던 터라, 손도 대고 싶지 않았다. 계약 만료가 원래는 8월중이어서 남은 기간이 한 달이나 남았음에도, 논문을 끝내고 바로 옮겨 버렸다. 서버 시스템상의 불일치 문제로 중간에 약간의 문제가 있었지만, 이제는 바로잡았다. 그럭저럭 잘 돌아가는 것 같다. 홀가분하다.

그동안 이론을 너무 강박적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자유로와지기 위해 시작했는데, 오히려 또 다른 차원에 구속되었던 것이다. 강박적 영혼에는 많든 적든 위선 같은 것이 있는 것 같다. 자유로워진다는 것, 자기 자신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바로 그것으로부터 결별하는 일일 것이다. 그러려면 아마도 더욱 더 나 자신을 위해 글을 써야겠지.

개인적으로 조동진의 노래를 아주 좋아한다. 흔히 잘 알려진 곡들만 듣기 때문에, 그의 노래의 깊이가 많이 알려진 것은 아니지만, 앨범들 전체를 들어보면 훌륭한 가수라고 생각한다. 음악 자체뿐만 아니라, 음악 활동에 있어서도 그는 많은 것을 시사해주는 가수이다. 대중가요는 그 대중적 태생과 성격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상업 시스템이나 어떤 경우에는 이데올로기 선전 수단에 종속되기 일쑤이다. 그래서 천박함이나 정치적 진부함을 피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조동진의 차분하고도 요란하지 않은 음악과 음악 활동은, 저러한 시류들로부터 어떻게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는지, 또 대단한 예술적 경지까지는 아니더라도, 대중 가수가 어떻게 자신의 고유한 존재를 가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한 동안 음악을 듣지 못했는데, 비교적 여유로와진 이 마당에, 조동진의 깔끔한 한 곡을 들어본다.

(노래듣기)
 
Posted by hu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