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느'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6/07/14 망상과 환상 (2)

글쓰기의 두 가지 동인을 생각해보자. 1) 실재하는 것의 완전한 소유를 위해 글이 짜여진다. 재현과 모사의 행위는 내가 손을 뻗쳐 닿을 수 있도록 대상을 실제로 여기에 다시 위치시키려는 의도에서 출발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기쁨의 대상이므로 반복하고 재생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파시즘의 전(前) 단계를 취한다. 이때에 소유의 과정으로서 글쓰기는 동일한 구절들과 표현들로 반복되고 과장되어야 한다. 이렇게 강박 신경증에 사로잡힌 나는 표현의 수사적인 면모를 거부하고, 심지어는 수사 자체를 혐오한다. 문학적 사실주의는 사유의 유물론적 확장의 결과이다.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의 연인을 실재로 만들어내고자 한다. 그러나 묘하게도 이때에 사랑 받는 연인은 하나의 조형적 형상을 띠며 정지해 있다. 베르테르의 문형에 의해 재현된 로테는 일종의 조형미를 갖춘 조각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사라진느가 재현한 잠비넬라(Zambinella)의 조각처럼, 로테는 베르테르의 반복적 문형 속에서 핏기 없는 조각이 되어 버린다(문형의 첫 번째 아이러니). 2) 문형의 첫 번째 아이러니의 결과로서, 이제는 소유의 좌절과 그 보상을 위해 새로운 형태의 글이 짜인다. 글쓰기는 이제 더 이상 소유의 망상으로 추동된 우상숭배가 아니라 기억의 판타지로 채색된 물신주의의 성향을 띤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모든 관능적 욕망에 제동을 걸고, 신체적 절제를 통해 심미적 취향에 빠져 버린다. 나는 이때에 모든 대상을 살아있는 것으로 복원시키기 위해 특수한 이미지를 찾아내서 거기에 색을 입히기 시작한다. 조각난 것들이 유기적 전체로 보이기 위해서는, 마치 부패된 시신에 대한 혐오감을 피하기 위해 마련된 화장처럼, 과도한 허구의 질서로 공백들을 채우는 것이다(문형의 두 번째 아이러니). 베르테르가 그랬듯이, 손수건에 관한 수많은 요설(饒舌)들을 보면, 손수건 문학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고려해봐야 할 판이다.

<문예 노트>

Posted by hu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