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니 어제, 그러니까 토요일에, 옛날에 알고 지내던 사람들을 만났다. 점심만 먹고 일찍 나오려고 했는데, 예상했던 것과 달리 저녁에 시간이 좀 남았고, 특히 보고 싶었던 반가운 얼굴이 있어, 저녁 내내 수다를 떨었다.
안 만나던 옛날 사람들을 다시 만나는 것은 상반된 감정이 교차한다. 다시 잘 지낼 수 있을까? 라는 관계에 대한 의구심 혹은 바램, 그리고 다른 한 편엔 불안. 서로에게 익숙해 있고, 서로의 주름 속에 숨어있는 것들을 이미 여러번 보아왔기 때문이다. 결국 바램은 상투적인 반복으로 치닫기 일쑤이다. 이 두 가지 반대되는 감정들이 수다를 떠는 내내 서로를 가르고 있는 테이블 위에서 긴장한다.
그러다가 전혀 새로운 이완상태로 가는 대화를 하기도 한다. 가령, 이런 것이다. 요즘 실버타운에 입주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실버타운에 입주하려면, 보통 보증금 7억에 월 200만원. 그 이상이 훨씬 넘는 곳도 있다고 한다. 그곳에 들어가면, 비슷한 노인들끼리 잘 짜인 프로그램과 복지서비스로 여생을 보낸다. 말하자면 천국의 이미지를 돈으로 현실화시킨 곳이다. 물론 저 만큼의 돈을 내야 가능한 얘기다.
뭐 어쨌든 그렇다 치자. 그런데 문제는 이 노인들이 이곳에서 행복하지가 않다는 것이다. 안 보아도 알 수 있을 그 뻑쩍지근한 천국에서 말이다. 그래서 실버타운에 입주한 노인들이 자식의 집에 가끔씩 들렀다가, 갈때가 되면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고집을 부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가족과 떨어져 남들과 어울리는 것은 젊을 때나 가능한 일인가보다. 나이가 들면 따뜻한 정을 느끼며 살아야 하는데, 남들끼리는 그러기가 쉽지가 않다. 가령, 그들은 서로 마주보고 앉아 누구 자식이 무슨 직업이고, 돈을 얼마나 벌고, 부모에게 몇 번 찾아와 주고,.. 서로 지지 않고 주눅들지 않기 위해 힘자랑, 돈자랑, 자식자랑, 가문자랑, . . . 뭐 이런 얘기들을 하고 있다고. 그래서 자식에게 오면, 그곳에서 알고 지내던 사람들의 흉을 보고 분개하면서, 다시 그 지옥으로 돌아가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10년이나 더 살지 말지가 코앞의 걱정인 사람들이 사력을 다해 추구하고 있는 삶과 대화의 주제들이 저러한 것이라면, 이들이 살았던 삶과 철학(?) 그리고 그 자식들의 삶이 선연해진다. 보증금은 그렇다치고, 매달 수백만원을 낼 수 있는 노년의 재력가가 되기 위해 살았을 인생 전체, 그리고 틀림없이 자신과 비슷한 삶을 가르쳤을, 불쌍하지 않지도 않고 불쌍하지도 않은, 그 자식새끼들의 삶 전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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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10/03 지옥에서 천국으로 혹은 지옥 속의 천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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