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하철에서 우리는 곁눈질로 서로를 바라본다. 불쾌해지든가 감정이 생겨나면, 복잡한 관계가 형성되므로. . . . 직접 쳐다보거나 시선을 주고 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 나는 지금 당신을 바라보고 있다고 공표하지 않고도, 각자가 알아서 호기심과 시선의 권리를 잃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좌석의 배치로 인해, 아니면 다른 어떤 체계적 이유 때문에, 어쩌다 보니 우리 개인들로서는 우연히 맞닥뜨리게 된 현실. . . . 지하철 생활을 건전하게, 아무 말썽 없이 보내려면 그래야만 한다. 서로 마주 보고 앉아 있는 것 만큼 곤욕스러운 일이 또 있을지를 상상해가며. 사람들은 시선이 부딪치지 않도록 옆으로 두리번 거리거나, 바닥 쪽으로 내리 깔거나(마주 보이는 사람의 신발은 피해서), 광고판을 올려다 보거나(약삭빠른 광고쟁이들 같으니라구!), . . . 그와 같은 행동들이 번거롭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거의가 눈을 감아 버린 채, 문을 닫아 버린 채, 사람들을 쳐다보지 않는다.
아까부터 저 쪽에 앉은 두 명의 여학생들이 힐끗힐끗 사람들을 쳐다보고 있다. 자발머리 없어 보이는 풋내기들. 대략 중학교 3학년 아니면 고등학교 1학년. 단발 머리에 사복을 입고 있는데, 그 중에서 오른쪽에 앉은 학생은 두꺼운 금테 안경을 쓰고 있다. 평범한 아이들이었다. 안경을 쓰지 않은 여학생은 좀 예쁘장하고 갸름하게 생겨서, 남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을 것 같았다. 둘은 모두 껌을 씹고 있었다. 크게 소리를 내지는 않았지만, 입을 오믈오믈 거릴 때 마다, 마주보는 사람에게 건방지게 말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안경을 쓴 아이가 힐끗 쳐다본다. 나도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그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씹던 껌조차 잠시 멈추었다. 작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아이는 다시 옆 친구의 말을 들으며, 조금 전 보다 더 세차게 다시 껌을 씹어가며, 다른 사람들로 시선을 돌렸다. 아이들은 이리 저리 두리 번 거리며, 별 뜻 없이 서로 잡담을 주고 받는다. 아마 같은 학교 다른 친구에 대한 얘기인 것 같기도 하고, 그러다가 화제는 옷에 관한 불만으로 옮겨졌다가, 외모가 어쨌느니, 몸매가 어쨌느니 하다가, 이번에는 연예인 누구누구에 대한 이야기로 약간 언쟁을 벌인다. 앉아 있는 동안에도 계속 몸을 움직이며, 발을 구르며, 여기 저기로 성의 없이 관심을 두었다가, 이내 곧 다른 관심들로 옮겨 다니는 대화 내용. 평범한 아이들이었다. 순진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못 되 먹어 보이는, 무성의하게 살아가는, 부모의 보호를 받고 있는, . . .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 몸에 배었을 진부한 호기심들, . . . 지하철의 냉랭한 온도는 그들을 위한 것 같다.
그들의 따분한 대화는 계속 되었다. 난 더 이상 그들이 나누는 대화엔 관심이 없어져 버렸다. 다만 저 익숙하고도 낯선 몸짓들을 곁눈질로 무심히 바라보고만 있었다.
잠시 후, 안경을 쓰지 않은 예쁘장한 아이가 갑자기 가방에 손을 집어 넣고는 무엇인가를 찾는다. 그녀는 입술에 바르는 챕스틱을 꺼내, 자신의 입술에 정성스럽게 돌려가며 그것을 발라댔다. 안경을 쓴 친구가 말을 하고 있는 동안, 그녀는 아랫입술과 윗입술을 서로 부딪쳐 문질러가며, 챕스틱으로 식사라도 하듯 한참 동안을 그러고 있었다. 그러더니 뚜껑을 닫아 가방 속에 집어 넣으려다가, 문득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그것을 옆 친구에게 조심스럽게, 아니 성의 없이, 아니 별 뜻 없다는 듯 내밀었다. 옆 친구는 잡담을 하다 말고 잠시 머뭇거렸다. 잠시 후 그것을 내민 친구는 쭈뼛거리며, 약간 무안하다는 듯, 그것을 다시 집어 넣으려 하자, 옆 친구는 그녀의 손을 잡고는 단숨에 그 챕스틱을 낚아챘다. 그리고는 뚜껑을 열고, 자신의 입술에 정성스럽게 발랐다. 심지어는 그것을 먹기라도 하듯, 혀로 입술을 잠깐 빨더니, 다시 그것을 입술에 이리저리 바른다.
그것을 바라보고 있던 예쁘장한 친구는 갑자기 좀 전에 나누던 잡담을 계속 이어갔다. 그들의 입술은 챕스틱 자국으로 번지르르 했고, 얼굴에는 왠지 모를 미소가 엷게 퍼졌다. 그들은 각자 다른 곳을 바라보며 잠시 동안 무엇인가를 떠올리는 것 같더니, 이내 다시 수다스러운 잡담을 계속 하였다. 어느새 역에 멈춘 지하철 문은 열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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