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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10/25 글을 쓰는 모든이들에게!

Rene Burri, Japan, 1961


금연(禁煙)이나 아픈 이별을 경험해 본 사람들은 대부분 아는 얘기지만, 모든 일은 첫발을 내딛는 것 즉 결심으로부터 출발한다. 이 말은 인간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가장 천한 미물들뿐 아니라 생명을 가진 모든 것은 결심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생기론자들 중에는 생명을 정신으로 환원하기도 한다. 심지어는 돌멩이조차도 결심을 해야하지 않을까? 오래 전부터 벼른 것이든 아니면 갑작스런 충동이든 간에, 결심은 주체로 하여금 그 자신의 모든 것과 대면하게 만든다. 그 같은 결심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들, 결심을 할 수 없었던 사연들, 결심을 미루며 해댄 궁색한 변명들, 해이한 자의식과 그로 인한 자기 외면, 실패에의 두려움, 결심에 대한 책임, . . . 등. 이처럼 결심에는 당사자가 감당하기에는 아주 벅찬 무게가 실려있다. 그래서 결심은 시작이 아니라 오히려 하나의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결심을 앞두거나 결심에 임한 존재는 인생의 결과라고 할 만한 자기 자신의 무게를 초과량으로 경험한다. 철봉에 오래 매달리는 일이 지구를 짊어지는 일 보다도 더 힘든 것처럼. 중력이 잡아당겨 내 몸이 땅 속으로 꺼지지 않도록 버티고 서 있는 일! 아니면 중력을 잃은 내가 스스로 중심이 되어 발목을 잡고 몸뚱아리 전체를 들고 서있는 일! 그리하여 나 자신을 거추장스러운 짐으로 떠맡는 일! 이것이 우리의 실존이다. 실존이 그 자체로 고독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저 동일한 두 존재(들고 있는 나와 들려진 나)가 서로 팽팽히 대면하여 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순간에 우리는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는 불연속 상태가 된다. 물론 다소 상반된 반응들을 취했지만, 키에르케고르나 니체가 간파했듯이 신이 사라진 상태와 같은. 아니면 카프카가 자주 그랬듯이 자신의 방 창가에 서서 창 밖을 바라보던 상태와 같은. 아니면 스피노자가 원했듯이 신이 된 상태와 같은. 아니면 펠리니(Federico Fellini)의 영화 <La Strada> 에서 짐승같은 잠파노가 바닷가에 널브러져 갑자기 하늘과 대지를 보며 울던 상태와 같은. 이 실존적 고독과의 대면이 한없이 유보되었을 때, 다시 말해 해야할 일이 있거나 하고 싶은 일이 있거나 갈 곳이 정해졌을 때처럼, 미래가 연속되어 주저함이 없이 그것을 예측할 수 있을 때, 그래서 어떤 중대한 결심이 필요치 않을 때, 나는 이를 혼미한 상태 즉 중독이라고 부른다. 그러고 보면 삶의 대부분은 중독 상태가 아닐까? 알코올 중독, 마약 중독, 미디어 중독 같은 것들이 문제가 아니다. 우리 모두가 이미 중독 상태이며, 또 그렇지 않으면 살수가 없을 것이다. 작가들이 글을 쓰기에 앞서 언제나 다른 중독상태(담배를 물거나, 수화기를 들거나, 화장실에 가거나, . . .)에 빠져들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저녁에 홀로 남겨져 골목을 두리번 거리는 외톨이처럼. 프랑스의 루이 11세 때 발뤼(Balue)라는 한 국무대신은 반역죄로 약 11년간(1469-1480)을 감옥에서 살았는데, 그 감옥은 그의 몸에 비해 너무 작아서 앉을 수도 누울 수도 없었다. 그의 자세가 고통스러웠다면, 그것은 바로 중독을 벗어난 불연속 때문이었을 것이다. 다시 자신에게로 되돌아와 떠맡게 된 자신의 무게와 힘. 그 고독의 엉거주춤함! 그는 아마도 감당하기 힘든 그 기간 동안 생애를 통틀어 가장 명료한 의식을 취하지 않았을까?

Posted by hu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