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나는 최근에 인터넷에 떠도는 어떤 mp3 파일 하나를 다운 받아 듣고, 그 매체의 장르 분류에 관하여 토론을 한 적이 있었다. 그 파일은 어떤 게임업체 콜 센터 상담원과 꼬마 아이의 대화 내용을 수록한 것이었는데, 그 내용은 이미 오래 전에 검색엔진을 떠돌며 사람들의 폭소를 자아냈던, 말하자면 아이의 순진무구한 장난끼에 당혹스러워 어쩔 줄 몰라 하는, 목소리 예쁜 한 처녀의 수난개그 장르였다. 이와 유사한 장르의 우스개 꺼리는 아주 많이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선생님-수난 장르이다. 아이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상담원이나 선생님의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에 즐거운 이유는, 그 모습을 보며 "경직된 규칙이 무너지는 것"을 목격하기 때문이다. 수난 당사자의 뻣뻣함의 정도가 크면 클 수록 그 쾌감은 더 커진다.
(파일듣기)
이런 류의 개그나 시추에이션은 최근에는 미래사회의 버전으로 각색되어 많이 나와 있다. 그것들은 대부분이 미래사회가 인간을 규칙과 체계의 노예로 만드는 내용을 담고 있고, 그에 맞서 투쟁하는 인간의 위대함과 용기 같은 것이 골자로 되어있다. 저 mp3 파일의 주인공인 그 꼬마 역시 규칙에도 없는, 말도 안 되는, 터무니 없는, 그러나 용광로처럼 뜨거운 질문 공세를 퍼부음으로써, 헤드폰을 머리에 장착하고 114톤 혹은 "솔"톤(비인간적이고 무차별적인 경쾌함이라고 잘 알려진)의 방탄벽으로 중무장한, 기계처럼 뻣뻣하기로 유명한 콜 센터 상담원을 순식간에 녹여버려, 중앙처리시스템 대마왕의 저주에 찬 고주파 외피(일명, 인비져블(invisible) 신 물질 구속복이라 불리는)로부터 그녀를 구해낸 것이었다. 잠깐 동안이긴 했지만, 그녀는 잃어버렸던 웃음을 되 찾았다. 물론 그 신 물질의 중층결정(overdetermined) 분자구조를 해체하는데 있어 꼬마의 순진-공세-무기로는 어림도 없었던 관계로, 그 저주는 아직도 풀리지 않아 해피엔딩이라고 볼 수는 없었다. 다시 재생된 외피가 그녀를 거두어갔던 것이다. 그러나 웃음의 온기를 맛본 그녀는 틀림없이 힘을 얻어, 그 차가운 물질에 맞설 수 있는 정신 에네르기 호르몬을 스스로 산출하여, 해방을 위해 그 냉기 안에서 부단히 투쟁하지 않을까? 더 이상 힘없고 나약하고 냉소적이었던 이전의 그녀가 아닐 것이다. 꼬마의 위대한 용기가 헛되지 않도록 바랄 뿐이다. 이렇게 해서 나는 작자미상의 그 mp3파일의 정확한 장르를 분류하였다. 이름 하야, "SF-전쟁-미녀-구출-개그".
그런데, 친구의 생각은 전혀 달랐다. 그는 전혀 딴판의 장르를 주장했다. SF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지만, "개그라니!" 말도 안 된다는 것이었다. 굳이 분류를 하자면, Vintage 버전을 새롭게 각색한 "심리-범죄-스릴러"장르라고 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의 주장은 꽤 정교하고 섬세하기까지 했다. 심지어 그는 그 파일이 단순한 스릴러 장르 오디오물이 아니라, X-파일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선, 그는 강한 어조로 그 상담원의 목소리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표정을 볼 수 없는 상태에서, 사람의 심리상태를 가장 물질적으로 반영하는 것은 바로 목소리인데, 그 상담원의 목소리를 가만히 들어보면, 두 사람의 순진무구하고 유쾌한 대화 뒤에는, 음산한 배경음악처럼, 음울한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는 것이다. 꼬마의 뜨거운 공격에 터져 나오는 웃음을 고통스럽게 참고 있는 신음소리하며, 그녀를 구해 내고는 탄성을 지르던 꼬마의 간절한 기쁨조차 묵살해 버리는 무정함하며, 남자 요원을 따돌리며 뭔가를 숨기고 있는 듯한 말투하며, 아름다운 목소리를 이용하여 음해하려는 시도, 가령, "결제"라든가 "카드"와 같은 코드네임을 자꾸만 언급하면서, 미리 파 놓은 함정인 은행계좌 쪽으로 꼬마를 유인하려 한다든지, 심지어는 그의 어머니를 언급하면서 가족까지 연루시키려는 무자비함하며, 꼬마에게서는 더 이상 얻을 것이 없다는 듯, 혹은 목표는 꼬마가 아니라는 듯, 혹은 아이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서둘러서 전화를 끊으려는 조바심 하며, "바람의 나라 전쟁"에 대해 뭔가를 알고 있다는 듯한 분위기하며, 꼬마에게 감정이 생길까봐 두려운 나머지 정을 떼려는 그 가혹함 하며, . . .
협박을 당하고 있는 상황이 아니고서야, 뒤에 누군가가 검은 그림자에 숨어 보이지 않은 채, 복면을 하고 칼이나 총을 들이대며 통화를 감시하는 상황이 아니고서야, 저 웃음 속에서 살짝 엿볼 수 있는 착한 마음의 소녀가, 어떻게 저렇게 고통스러워하며 냉정하게 전화를 받고 끊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저것은 소녀의 의지일 수 없다는 것이다. 저 파일이 조작된 것이 아니라면, 틀림없이 익명의 제보자(도청꾼, 일명 청파라치)에 의해 유출된 외계물(alien) 침입 협박 사건, 아니면, 최소한 살인 사건의 일부 내용일 것이라는 주장이다. "틀림없이 저기엔 음모가 있어! 시커먼 복면을 한 그림자가 있다구!" 그러니 범인 즉 그림자의 실체를 잡기 위해 뒷 조사와 신고를 해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저 파일은, 그냥 장르를 분류하고 즐기다가 다음 날이 되면 까맣게 잊어버리는(우리는 지금까지 그렇게 했다!), 영화나 오디오와 같은 문화물(혹은 문화상품)이 아니라, 실제상황이며, 위험에 처한 한 생명의 목숨이 달린 SF-인간비극-다큐멘타리라는 것이다!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니 그의 생명존중주의에 경의를 표한다!
하지만, 경찰에 신고를 하자는 그의 제안에 대해, 나는 반대 의사를 분명하게 표명했다. 그림자 복면을 하여 보이지 않는 저 외계물은 틀림없이 경찰서나 관공서에 이미 침투했을 것이고, 구속복보다도 더 어두운 법복 속에 숨어, 이미 그들을 숙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 뿐! 게릴라가 되어, 참을성을 가지고, 매복을 하여, 기회를 엿보며, 우리가 직접 그림자의 실체를 관찰하고 조사해보는 일 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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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꼬마가 진짜 재미있군요.
게다가,저런 오디오 파일을 가지고
장르를 말하다니,
제 생각에는 개그쪽 장르보다는 심리-스릴러가
더 어울리는 것 같네요.
사는게 다 심리전이고 스릴러 아니겠습니까?
당장 인터넷에서나 백화점에서나
물건을 하나 고르면서도,
내가 속고 사는 건 아닐까?
바가지 쓰는 건 아닐까?
어마어마하게 심리전을 펼치죠
저 꼬마아이처럼 음침하게 보이지 않는
시스템과 싸워 이기는 방법은
언제나 SF영화의 결론과 같은
순수함,진정성일까요?
음....그러네요
"사는게 다 심리전이고 스릴러"
심리-스릴러-사회
그런데, 영화와 다른 것은
결론은 항상 패배로 끝난다는것이 아닐까요?
내일, 내일, 하며 뭔가 달라질 것을 바라지만
항상 패배로 끝난다는 거죠
음. . .
방법은 없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