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뉴스(2007년 1월 23일)에는 인혁당 사건에 관한 기사가 실렸다. 32년 만에 그 사건은 조작되었다고, 사법에 의한 살인이었다고, 사법부가 판결을 내린 것이다. 말하자면, 사법부가 스스로 자신의 범죄행위를 고백한 셈이다(스스로 어떤 처벌을 받을지는 모르겠지만).
http://news.kbs.co.kr/article/society/200701/20070123/1288601.html
이 기사를 읽다가 역사가 무엇인지를 생각해본다.
인혁당 사건은 법이 정치에 종속되어 있었던 좋은 예이다. 당대의 특정 권력의 압력에 굴복하여 법이 사실들을 날조하고, 악용하고, 왜곡했다. 수십년이 지나고 난 이후에, 날조와 왜곡으로 인해 비틀어졌던 사실들이 지금은 모두 바로잡힌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걸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현재의 실정이나 목적에 따라 사실을 또 다른 식으로 왜곡한 것일 수도 있지 않은가?
하지만 분명한 것은, 사법부의 저 판결은 역사적인 것이고, 또 역사성(historicity)에 도달한 좋은 예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진실을 주장할 때면, "역사에 심판을 맡기겠다"라는 말을 하곤 한다. 이 말은 아주 의미심장한 말이다. 역사가 뭐길래, 도대체 역사에게 심판을 맡기겠다고 하는 것일까?
사법부의 저 판결은 자신의 범죄행위를 고백한 것일 뿐만 아니라, 자신이 정치라든가 다른 어떤 것으로부터, 심지어는 자기 자신으로부터도, 스스로 자유로워진 상태가 되었음을 스스로 선포한 것이다. 왜냐하면, 저 고백은 다름아닌 스스로 제3자가 되었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유신정권 시절의 사법부는 민청학련 관련자들을 (정치적)이해 당사자의 관점(정권이 되었든, 이데올로기가 되었든)에서 사실들을 바라보고 판단했다. 그렇게 사실들은 그의 관점에 의해 비틀어졌다. 제자리에 온전하게 자리잡고 있던 것들이 이 비틀어진 사실들로 인해 피해를 입는 것은 필연적인 일이다.
하지만 시간은 모든 것을 되돌려 놓는다. 사실들도 제자리로 되돌려 놓았고, 그것을 비틀어 바라보던 특정 관점들도 제자리로 되돌아 왔다. 죽은 사람에게는 원한도 사그러들듯이, 당시의 이해 당사자였던 사법부 조차도 제3자가 된 것이다. 현재적 이해와 필요로부터 홀가분한 상태 속에서의 관조! 이것이 바로 역사성이 아닐까? 특정 개인이나 이해관계의 관점 즉 편견으로부터 벗어나, 사실들을 그 자체로서, 제자리에 되돌려놓고 바라볼 줄 아는 정신상태! 나는 이것이 역사라고 생각한다. 역사성이란 단순히 시간의 기록이 아니라, 비개인성(impersonality)에 이른 상태를 뜻한다. 그것은 자기 자신조차도 불신할 줄 아는 정신이며, 자신의 신념조차도 비판하고 단념하여, 그로부터 완전히 단절할 줄 아는 태도이다. 거기에는 진정성이 있다. 이러한 태도만이 모든 것들을 그 자신으로 되돌아가게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타인뿐만 아니라 특히 자신의 과거사를 정리한다는 것은 다름아닌 바로 자신에게 있어 아주 중요한 문제이다. 역설적이게도 그것은 자유의 선언이기 때문이다. 고백과 반성은 현재적이고 즉자적인 필요관계에 종속된 상태로부터 날아올라, 역사적 존재로서, 시간적 존재로서, 자기 자신에게 되돌아갔음을 선언하는 행위이다. 존재가 참되다! 라고 하는 것은 바로 이 때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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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히 좋은 글 잘 읽었어요...
"역사란 시간의 기록이 아니라 비개인성에 이른 상태"라고
하셨는데, 역사에 대한 참된 정의 인것 같군요^^
"존재가 참되다"!!!
자신의 진정성으로 되돌아 갈때 하늘로 날아오를 것같이
마음이 가볍고 기쁘잖아요, 실제로도...
정말 자유를 느끼게 되는 순간이기도 하죠.
어느 누구의 시선이나,판단에서 부터 벗어나
온전히 참된 자신으로 돌아가는 순간
참으로 나 자신이 멋있고,
대견해지기도 하죠.
갑자기 천하를 얻은 듯이 힘이 나기도 하고 말이죠..
그런데, 현대의 삶은 참된 나를 잊고 살도록 강요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참된 나를 버리라고 종용도 하고요..
소위, 사회생활을 잘 하려면,
"널 버리고, 타협을 하라고" 강요하지요.
진정성에 대한 경험이나, 신념이 없는 사람들은
이런 강요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기도 하고요..
살아가는데 진정성에 대한 배짱과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몇사람만 있어도,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렇게 사는 게 맞는 거구나!
얼마나 멋진 사람인가!
자,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나 자신을 찾아야지!!"
너무너무잘읽었습니다 철학교양때매 써핑중이었는데 ㅋㅋ ㄱㅅ해요. 님은 진정한 포스트모더니즘을 알고있는거같습니다 우매한대중의 포모가 아닌 진정한 포모를요. 암튼 좋은글 ㄱㅅ해요~~